고스트 바둑왕(ヒカルの碁 ,히카루의 바둑) 결말 포함 감상 리뷰

고스트 바둑왕(ヒカルの碁 ,히카루의 바둑) 결말 포함 감상 리뷰

고스트 바둑왕을 처음 손에 쥔 건 초등학교 때였습니다.

KBS 2TV에서 방영하던 애니를 보다가 원작 만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동네 만화방 구석에서 밤새 읽다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나 완전판으로 다시 정독했는데, 어린 시절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번엔 선명하게 들어왔습니다.

성장담이라고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읽고 나서는 이게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오래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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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기본 정보

사진 출처 (joongang)

고스트 바둑왕(원제: ヒカルの碁, 히카루의 바둑)은 홋타 유미가 스토리를, 오바타 다케시가 작화를 담당한 만화입니다.

오바타 타케시는 이후 데스노트와 바쿠만 등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작가입니다.

1999년부터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어 2003년까지 단행본 23권으로 완결됐습니다.

1999년 쇼가쿠칸 만화상 소년 부문, 2003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습니다.

전성기 누적 발행량은 2,500만 부를 넘겼고, 일본에서는 이 작품을 계기로 바둑 인구가 실제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프로로 입단한 신인들을 “히카고 세대”라고 부를 정도였죠. 

대한민국에는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발매됐고, 애니메이션은 2004년 6월부터 2005년 7월까지 방영됐습니다.

줄거리 — 바둑판에서 시작된 천년의 인연

사진 출처 (vita_kong)

이야기는 평범한 초등학교 6학년 신도우 히카루가 할아버지 집 창고에서 오래된 바둑판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바둑판에 봉인되어 있던 헤이안 시대의 천재 기사 후지와라노 사이의 혼이 히카루에게 빙의됩니다.

사이는 천년 동안 “신의 한수”를 터득하겠다는 목표 하나를 붙들고 세상을 떠돌다가 히카루와 만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끌려다니는 히카루지만, 바둑을 두면 둘수록 라이벌 토우야 아키라에게 자극받으며 조금씩 바둑에 진지해집니다.

아키라는 일본 최고 기사인 토우야 코우요우의 아들로, 또래 중에 경쟁자가 없어 지루해하던 천재였습니다.

히카루와의 첫 대국 이후 아키라는 프로 시험을 미루면서까지 히카루를 쫓기 시작했죠.  

프로 기사로 데뷔한 뒤의 스토리는?

히카루는 마침내 프로 시험에 합격해 프로 기사로 데뷔합니다.

그리고 사이는 자신의 한수가 히카루를 통해 세상에 전해졌음을 깨달은 뒤 조용히 소멸합니다.

사이가 사라진 후 히카루는 한동안 바둑을 떠나지만,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바둑판 앞에 앉습니다.

원작 2부는 히카루가 아키라, 한국의 고영하 등 라이벌들과 맞붙는 국제 대항전 북두배로 이어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히카루가 고영하와의 결전에서 한 수를 내려놓는 것으로 완결됩니다.

고스트 바둑왕, 이 작품이 지금도 살아있는 이유

사진 출처 (yusa3)

이 작품을 단순한 스포츠 성장물로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겁니다.

장르적 재미의 안에는 이별과 성장, 그리고 누군가의 열정이 다음 사람에게 이야기로 전달되죠. 

사이와 히카루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처음에 사이는 히카루에게 그저 바둑을 대리 두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파트너가 됩니다.

사이가 소멸하는 장면은 작품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묵직하게 남는 장면입니다.

히카루와 아키라의 관계도 이 작품의 축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면서 치고 올라가는 두 사람의 긴장감은, 스포츠물에서 흔히 보이는 라이벌 구도와는 온도가 다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은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서로가 없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 구도가 마지막까지 유지되면서 작품이 단단하게 이어집니다.

작품의 매력을 더하는 화풍 

오바타 타케시의 그림은 여기서도 압도적입니다.

바둑판 위에 돌이 놓이는 장면, 기사들의 표정과 손의 움직임이 게임의 긴장감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독자도 대국 장면에서 숨을 죽이게 되는 것은 작화의 힘이 큽니다.

결말 스포 — 사이의 소멸과 히카루의 선택

사진 출처 (asekumza)

이 단락은 원작 결말을 포함하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읽기를 멈추시기 바랍니다.

원작에서 사이는 인터넷 바둑으로 토우야 코우요우와 대국을 펼친 뒤 서서히 사라집니다.

수백 년을 기다려 신의 한수를 향해 달려온 사이의 목표가 히카루를 통해 이미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사이는 바둑 속에 녹아들었고, 히카루는 그 빈자리를 오래 마주합니다.

이후, 한동안 바둑을 놓은 히카루는 결국 스스로 다시 판 앞에 앉습니다.

이 장면이 작품 전체의 전환점입니다.

더 이상 사이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돌을 놓는 히카루의 모습은, 이 작품이 처음부터 준비해온 마무리입니다.

고영하와의 마지막 결정의 백미 

원작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히카루는 북두배에서 한국의 고영하를 상대로 주장전에 나섭니다.

모두가 아키라가 나설 것이라 예상한 자리에 히카루가 선 것입니다.

그 마지막 대국은 완결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닫힙니다.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 이 열린 결말이, 읽고 나서 오히려 더 오래 작품에 대해 설명하게 만듭니다. 

히카루의 바둑 완전판 차이 — 구판과 무엇이 다른가

사진 출처 (tjddn92_92)

히카루의 바둑 완전판은 2009~2010년에 걸쳐 전 20권으로 발매됐습니다.

구판은 총 23권이고, 완전판은 20권으로 권수가 줄었습니다.

내용 자체는 동일하지만 판형이 크고, 몇 가지 세부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번역 표기입니다.

구판은 한국 발매 제목인 고스트 바둑왕을 기준으로 일부 표기를 한국식으로 조정했습니다.

완전판은 원작에 더 가까운 표기를 채택했고, 일부 인물 관계에서 호칭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구판에서 히카루가 이름을 그대로 부르던 연장자들을, 완전판에서는 형이나 누나 호칭으로 표기했습니다.

제목이 바뀐 이유는?

사진 출처 (mgallery)

또한 서울문화사는 완전판 발매 시 제목을 구판의 고스트 바둑왕으로 할지 원제인 히카루의 바둑으로 할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완전판은 히카루의 바둑이라는 제목으로 발매됐습니다.

이는 원작 중반부 이후 사이가 소멸하고 나서 제목으로서의 고스트 바둑왕이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을 반영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번역 품질 면에서 구판은 일부 표현의 의역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완전판은 원작 표현에 충실하지만 일부 표기에서 어색함이 지적되기도 했죠. 

처음 읽는 분이라면 완전판 히카루의 바둑으로 시작하는 것이 원작에 더 가까운 경험을 줍니다.

구판 고스트 바둑왕을 이미 읽은 분이라면 번역과 호칭의 차이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영상 출처 (시간순삭티브이)

고스트 바둑왕은 바둑을 몰라도 읽을 수 있는 만화입니다.

대신 바둑을 모르는 채로 읽다가 바둑이 궁금해지는 만화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이 연재되던 시기에 일본의 바둑 인구가 늘었다는 사실이, 이 만화가 독자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습니다.

사이가 사라지고 히카루가 홀로 판 앞에 앉는 그 장면은, 처음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에서 멈추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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